서울시가 산업디자인과 중소기업의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디자인 종합지원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고 한다.

 연간 3만여 명의 디자이너가 배출되지만 산업인력으로 흡수되지 못해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 9위에 머무르고 있고,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한 중소기업이 디자인 투자에 대한 여력이 부족해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정을 반영한 고육지책이란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본 지면에서 지적했다시피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만 가지고 디자인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유아적  발상은 결국 시민의 세금만 축낼 뿐 중소기업이나 디자인계에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작금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지원 마스터플랜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그동안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펼쳐 온 디자인정책을 그대로 베꼈다는 우려만 자아낼 뿐이다.  

그동안 지식경제부(산자부 후신)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펼쳐온 디자인진흥이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디자인을 후진국 수준으로 견인해간 것은  이번 서울시가 제시한  물량공세와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산업이 중흥을 맞기 위해서는 디자인산업계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에 디자인인프라를 갖춰주는 것도 아닌 디자인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디자인수요층인 디자인소비자가 누구이고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시작해야한다. 유종숙 숙명여대 홍보광고학 교수는 트윈슈머와 트라이슈머로 불리워지는 프로슈머 시대가 가고 트랜슈머가 오고있다고 하였다. 트랜슈머는 물건을 사지않고 사용만을 공유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용어로 소비시장이 급격히 변화됨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의 제조중심이 대부분이고 일부 IT산업이 속해있지만 제조업이든 IT산업이든 산업디자인을 운운하기에는  디자인 투자 대상부터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지원대상을 찾다보면 손쉬운 의류상품 또는  일부 포장이나 그래픽 업체에 편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정작 제품과 관련한 디자인 투자는 전무할 것이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제조업이 디자인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디자인료가 비싸서 등한시 한 것도 아니다. 작은 가게 하나 차려도 인테리어비로 수억을 쓰는 사업자들이 산업디자인 투자비용 몇 푼이 아까워서 디자인을 기피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디자인 R&D라는 곳이 영세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초기 개발부터 상품 생산까지 전과정을 상담해주는 종합 컨설팅 지원 서비스 기능을 한다고 하는데만 보아도 디자인 리서치과정은 생략되어버렸다. 그저 예쁘고 멋있는 디자인을 입혀 실용적인 제품만 만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 마스터플랜에 그대로 담겨있다.

이런 대량생산 대량소비 마인드가 물건을 빌려쓰고자하는 트랜슈머 시장에 먹혀 들어간다는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물건 1만개를 팔아야 중소기업이 먹고 살텐데 소비자들이 물건 하나가지고  돌려 사용한다면 소비자만 원망할텐가?

답은 간단하다. 유치원부터 아니 요람에서 부터 디자인교육이 시작되어야하고 지금처럼 그림잘그리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창의적으로 보는 시각훈련이 요구된다. 이것이 선결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텍스트사회가 오고 있다. 이야기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팩트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팩트에 이야기를 입히는 시대 즉 팩션이 강조되는 사회가 우리 발 밑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물건만 제작해도 한 중소기업이 먹고 살 수 있는  디자인산업육성책은 디자인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The less is th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