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란 무엇인가에서 나는 비즈니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추상적인 비즈니스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있는 직업임에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대학입학에서 인문학이나 자연계열이 미달인 대학에서도 디자인과만은 미달이기는 커녕 몇 대 일의 경쟁이 붙곤한다. 한국인의 창의력 향상에 더할 나위없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진단해 본다.

문제는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제대로 창의력교육을 받는가의 여부인데 대학에서의 이론교육과 실기과정을 살펴보면 몇가지가 지적된다.

먼저 이들 교과목이 태반 바우하우스교육의 연장선을 넘지 못하다는 아쉬움이다. 바우하우스의 주체, 교육이념, 그들의 시대적 배경, 방법론, 교육대상이 1900년대 초창기 산업혁명과 기계미학이 창궐하던 시대에는 적합했을지 몰라도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세 살먹은 어린이도 알고 있는 ‘디지털 시대’가 아닌가?

산업혁명은 대량시대 대량소비라는 이데올로기속에서 자본이 우선하고 인간의 개성보다는 표준화된 신분 직업 가문 등이 평가기준이 되었으며 이에 인구통계학적 설문과 통계에 의해 인간이 조종되고 착취되는 아날로그시대였다.

일부에서는 이글을 읽자마다 그놈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편갈라 또 들먹이이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에게 물어보자 그들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해볼 수 있느냐고.

그만하자. 일단 나는 아날로그가 물질이라면 디지털은 비 물질이라는 정의로부터 시작해보겠다. 비 물질의 시대에 아날로그(물질)에 걸맞는 교육방법이 대학과 대학원현장 심지어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지배하고 있으니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겠으며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다음은 대학을 나와서 취직하는 곳이 대부분 기업의 디자인부서나 전문회사 컨설팅회사 나아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데 놀랍게도 너무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이다. 물질의 미적 장식에 탐닉하여 재주를 피워왔지만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도저히 적응을 못하고 결국 디자이너끼리 덤핑을 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함으로써 디자인생을 너무 일찍 마감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디자인 희망을 가끔 대학원논문에서 찾아보려고 열심히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을 뒤져 석박사 논문을 읽어보지만 역시 아날로그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음에 슬픈 연민이 들곤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전통문화소재에 안주해야하며 개인의 작품에 주례사를 펼쳐야하는지 아니면 이것저것 짜깁기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보자. 소비가치가 무엇이고 문화가치가 무엇인가? 디자인가치가 인문계에서 보면 문화가치이고 사회계에서 보면 소비가치인가? 아니면 짬봉스타일의 문화소비 또는 소비문화가치인가? 그림을 감상하면 문화가치이고 물건을 사고 팔고 사용하면 소비가치인가? 그러면 물건을 감상하면 문화가치이겠네? 그림을 사고 팔면 소비가치이고? 여기서 생각할게 하나 있다.

소비는 물질중심의 사고이고 문화는 사람중심의 사고라는 점이다. 비 물질은 인간의 행위이고 사고이며 정신이며 능력이고 의지이며 지식이다. 이것이 통합되어 외부로 분출된 것이 비즈니스이며 의식주의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분법적이고 흑백논리가 아니라 소비와 문화는 우리 생활세계의 양면이지 그것들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들중 어느 면이 시대에 따라 전면에 부상하느냐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아날로그의 전통적 디자인교육에서 탈피하여 문화가치를 보다 전면에 드러내는 디자인행위를 이루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