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디자인수준을 상중하로 이야기 하자면 중하정도라고 진단하고 싶다.
물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많은 돈을 들여 설문조사하고 통계를 냈다고 해서 나는 그런 자료 역시 별로 신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나 체감경기가 핵심적 지표이듯이 내가 느끼는 디자인 수준은 다양한 각도에서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객관화 한 것이 ‘중하’인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디자인교육에 대해 언급한바 있듯이 디자인정책 역시 디자인교육과 별차이 없이 공허하고 답답하다.

요즘 서울특별시를 비롯해서 지자체에서 공공디자인이 화두가 되어 난리인 모양이다.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공공디자인 운운하고 디자인만이 살길이란 식으로 난리법석을 떠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디자인은 떠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시시대에 동굴벽화를 그리면서 지금처럼 원시인과 추장급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는지 의심스럽다.

한 나라의 디자인수준은 그 나라의 지식수준에 비례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식수준은 경제나 국방의 경쟁력이 아니라 문화의 경쟁력을 말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디자인수준이 중하로 밖에 취급받지 못하는 것은 디자인정책의 실패가 첫째 원인이라고 본다.

디자인은 분명히 예술은 아니지만 산업도 아니다. 오로지 문화자체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디자인을 관장하는 부서는 항상 상공부 산자부 지식경제부 등 산업과 경제에 결부시켜 응용미술 정도로 격하시켜 다뤄왔었다. 최근에 비주얼디자인협회가 문화관광부 소속으로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이제서 정신을 좀 차리는가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디자인정책은 이미 소속이 어디인지 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디자인을 조금만 아는 사람들은 이미 시각디자인 공업디자인 환경디자인 등 영역을 나누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 모든 것이 터치로 시작해서 터치로 끝나는 디자인 사용은 손터치에서 입터치로의 방향만 남았을 뿐 이제 디지털의 위력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청소기 디자인에서 사용자편의의 디자인이 미덕으로 알고 있었지만 로봇청소기의 경우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데서 그 무엇을 디자인한단 말인가? 텔레비전 수상기 컴퓨터 모니터등 이미 모든 것이 두루마리 종이처럼 되어버렸는데 무엇을 디자인한단 말인가? 모든 문도 자동문으로 바뀌어 버렸는데 문디자인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제 모든 것은 지식으로 통하게 되었으며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의 최우선적 과제가 되었다.

지식은 학제적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의 개개 능력의 전문화 및 창의성이 하나의 사물에 어떻게 반영되고 그 반영된 결과를 국가가 어떻게 수용하여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자원으로 삼는가에 달려있다고 할때 디자인정책은 당연히 문화를 담당하는 부서가 되어야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중국문화 일본문화 미국문화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는가 물어볼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지식인이 있는가? 봄만되면 지자체별로 일본국화인 벚꽃 심기에 바쁘고 그러한 꽃구경에 시민을 강제동원하는 지자체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공공디자인운운하면서 국민혈세를 함부로 남용하려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일본국화 벚나무 심으면서 확성기통해 무궁화화려강산 애국가 불러대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던가?

지식은 책 많이 읽고 고시패스 했다고 느는 것도 아니요 서울대 명문대나왔다는 느는 것도 아니다. 지식은 시대정신이 살아있어야하고 투철한 자기 세계관, 타자지향의 인간관 등 비 물질에 대한 이해력이 우선적으로 바탕에 깔렸을 때 창의력으로 방향을 트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디자인관은 물질적이고 이러한 물질적 디자인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몰이해가 국가의 경쟁력을 중하위로 떨어트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것이다. 간판의 크기 재료의 무게나 종류 들어간 노동력으로 디자인가격을 산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디자인의 중요한 가치가 디자인이라는 중요한 우리나라 자원이 몇몇 공무원손에서 사장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는 것은 국민이 디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국민이여 더 이상 속지 말자. 디자인은 공기와 같은 것으로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숨결 그 자체이다. 문화를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다음 글에서 정리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