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여수세계박람회의 마스코트 여니와 수니

마스코트가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엠블렘 그 자체가 권위와 위엄을 포함하는 상징성 때문에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경직성을 갖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킬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수많은 국제대회 및 행사가 치러지면서 마스코트가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의인화 하였는 데, 이는 동물이 주는 활동성이 대회의 특성과 합치되었기 때문이다.
 
동물 또는 인간과 유사한 형상 속에서 소재를 찾다보니 대회에서 치러지는 많은 마스코트가 비인간, 비동물적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으나 일부에서는 ‘괴상한’ 동물로 취급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용이나 유니콘, 봉황 등을 괴상한 동물로 보지 않는 것처럼 상하이와 스페인의 대회마스코트는 가상세계(Virtual Reality)의 실험적 대상일 뿐 충분히 가능한 생명체인 것이다. 지난 2008년 물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스페인 ‘사라고사세계박람회’의 마스코트 ‘플루비’와 사람 인(人)을 핵심으로 인류의 공통된 이념으로 서로 발전하는 세상을 상징했던 2010 ‘상하이세계박람회’ 마스코트인 ‘하오바오’는 마스코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다고 할 수 있다.
 
여수세계박람회 마스코트 제작자의 진술을 들어보면 여수의 ‘여’와 ‘수’의 앞 글자를 따와서 만든 ‘여니(Yeony)’와 ‘수니(Suny)’는 어류의 먹이자원이며, 바다와 연안을 지켜주는 생명의 근원인 플랑크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형상면에서는 우선 물방울 모양의 머리와 바다의 아름다운 빛깔을 머리색에 담고 있는 ‘여니’는 ‘open’이란 이미지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알리고, 짙은 블루는 심해의 무한한 자원을 표현하면서 맑고 깨끗한 우리나라의 바다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수니’는 바다와 육지에 서식하는 생명체를 상징하는 레드를 모티브로 ‘물’, ‘우수한’, ‘여성’의 이미지를 주며 수준 높은 대회를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경우 ‘마우스’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생쥐의 사전적 정의를 암시함으로써 미키마우스에 생쥐모양의 인지유형을 너그럽게 적용하도록 유도했다고 동의 할 수 있지만 여수세계박람회의 ‘여니’와 ‘수니’의 경우 플랑크톤에서 모티브를 빌어왔다고 해도 의인화대상으로 인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론이 가능세계 접근이다. 가능세계는 독자의 추론에 의해 ‘가짜’플랑크톤을 ‘가상’ 또는 ‘환상’의 플랑크튼으로 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코트는 실제로 가능세계를 창조 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코트가 가능세계 창조를 위해서는 서사구조와 의미를 생산해내고 가치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어야한다.
 
 서사속의 추상적 가치는 점진적인 축소의 과정을 통해 점차 의미가 풍부하게 되고 조직화 된다. 마스코트의 정체성은 서사 층위에서 구현되고 형상화는 담론 층위에서 개발된다. 이는 브랜드 마스코트의 조건으로 디자인과 스토리가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성공사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외국의 마스코트의 디자인 역시 의미생성의 세 가지 층위로 나눠지며 어떠한 층위도 단독으로 마스코트의 가능세계를 점유 할 수 없으며, 세 가지 층위가 결합되어야만 굿디자인으로서의 마스코트를 구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세계를 창조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스코트의 디자인을 해석하고 분석 할 수 있는 방법론적이고 전략적인 이론적 도구를 찾아내어 실제 대상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여니와 수니'는 단순히 수중적 동물이라는 현실세계의 모방적 존재가 아니라, 그 스스로를 드러내는 브랜드마스코트의 기호적 현상으로 드러난다.

 <그림2>상하이세계박람회 마스코트 하오바오와 스페인 사라고사의 플루비

 ‘여니와 수니’역시 본래 상상의 동물로 사자, 개, 곰처럼 특정한 유형을 가진 동물적 이미지보다는 형상(figure)으로 간주되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신화적 얼굴을 드러내는 기호학적 가능세계의 한 양상을 고려하여 표현해 내었는가는 계량적 숫자로 측정 할 수는 없어도 상하이세계박람회 마스코트 하오바오와 스페인 사라고사의 플루비에 비해 버금가는 굿디자인의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 위의 글은 대진대 김윤배교수의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지에 게재된  "2012 여수세계박람회 로고의 기호학적 가능세계에 관한 연구"의 일부 내용으로 저자의 허락하에 실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