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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주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 New York에서 Conde Nast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그래픽 > 그래픽 [2014-05-08 23:26]

뉴욕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은 디자이너 김영주 (33)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올해 들어 10년차 디자이너가 된 그녀는 건국대학교 시각 멀티미디어 디자인과를 졸업 후 (주)온세텔레콤의 웹/모바일 디자이너로 그녀의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현재의 모바일 디자인 기술은 플랫폼화, 규격화 되어있어 디자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모바일 사이트를 디자인 할 수 있지만 김영주는 처음으로 모바일 사이트라는 개념이 도입된 2000년 대 중반부터 국내최초 개방형 모바일 인터넷 So1(쏘원)의 디자이너로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뉴욕으로 건너간 김영주는 일류 디자인 대학인 Pratt Institute 에서 Design Management 석사과정을 밟으며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 작품인 New York Office 웹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는 그녀가 러브콜을 받는 기폭제가 되었다. L.A.와 뉴욕에 사무실을 둔 이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는 웹사이트 리뉴얼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후, 그녀를 메이저 홍보회사들에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영주는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홍보 대행사, 잡지사, 패션회사 등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받으며 프리랜서로 이름을 알려갔다. Vogue, GQ, New Yorker, Vanity Fair등 무려 28개 잡지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Condé Nast, 유명한 패션 브랜드 Cole Haan, 세계 치약시장의 1위를 달리는 Colgate Palmolive 등 일류 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는 Weight Watchers라는 세계 21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최대 다이어트, 건강 컨설팅 회사의 모바일 인터렉션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그녀는 미국뿐 아니라 호주, 캐나다,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리뉴얼 프로젝트의 메인 디자이너로 활약중이다.

김영주는 그녀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창의성은 디자이너에게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창의성과 더불어 이제는 다양한 매체를 대할 줄 아는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웹디자이너, 패키지 디자이너, 프린트 디자이너 등 각작의 전문영역이 있고 그 외 영역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이제 디자인 시장에서는 모든 미디어를 어우를 수 있는 멀티 디자이너를 원한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에디토리얼 디자인, 프레젠테이 디자인,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의 솔루션을 한번에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기업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인력과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는것을 체감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전문 영역은 웹과 모바일 디자인이지만 그녀는 끊임 없이 다른 영역의 디자인 트렌드 눈여겨 보며 캡쳐해 놓는다. 그러한 그녀의 노력이 세계 최고의 디자인 도시인 뉴욕에서 그녀를 주목받게 하고 있다.

1. 국내와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차이점은?

각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떤 방식이 더 옳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짧게 간추리자면 한국은 지식을 전수받는 방식, 미국은 나누는 방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 경험으로는 한국의 디자인 교육은 기술적인 테크닉을 중심으로 교수님이나 저명하신 분께 평가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끝도없는 과제를 통한 연습은 기본적인 스킬을 쌓기에 괴롭지만(?)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Top-to Bottom, 즉 교수님이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시간 내에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과제 성격으로 머물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되는 경우가 많죠.

미국은 그야말로 엄청난 자유가 주어집니다. 굉장히 넓은 테마를 가지고 토론을 시작해요. 중간중간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사항을 교수님과 체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교수님의 사회 아래 학생들끼리 자신이 경험하며 느낀 점들, 개선하고 싶은 점을 토론하면서 '나는 이런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나눠요. 교수님의 평가보다는 학생들끼리 서로 칭찬하고 또는 개선방향을 제시해주면서 그렇게 학기를 보내죠. 하지만 언제나 충분한 자유 뒤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게 되죠. 막상 말로만 잘 떠들던 아이들이 파이널 때 보면 정말 급조한 게 딱 티가 나는 결과물을 들고오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점이 더 좋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정말 뚜렷한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두 가지 경험을 다 해보는 저는 정말 운이 좋은것 같네요.

2. 한국의 디자인 교육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은?

한국 디자인 교육의 장점은 반복적인 트레이닝과 테크닉에 대한 강도높은 교육으로 첫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왠만큼은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준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기업과 에이전시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한마디로 컨텐츠를 생산해내는데 적합한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교육방식이죠. 하지만 개선되어야 할 점은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과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법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국의 문화는 남 앞에서 대놓고 비평을 하는것은 나보다 나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고 일반 동료나 친구가 자신의 문제를 지적하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죠. 제가 대학에서 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보통 교수님만 말씀하시고 적은 수의 친구들이 어떤점이 '좋다'만 얘기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학생들끼리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좋은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고 반박하고 그러한 경험들이 직장생활, 혹은작가 생활을 하면서 프로덕션 디자이너에 머물지 않도록 도움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시키는 것을 그대로 해내기 보다 그들을 설득시키고 반박하고 최고의 결과물을 위한 접점으로 이끌기 까지의 과정연습이 한국교육에서는 빠져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3. 본인이 체험한 유학 공부의 어려운 점은?

당연히 언어와 문화의 차이죠. 동방예의지국 문화는 미국에서 정말 저를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했어요. 교수님의 이름을 부른다거나 손을 흔든다거나하는 격식 없는 문화가 저한테는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언어는 말할것도 없지요. 미국은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 공부만 시키지 않았어요. 어떤날은 환경에 대한 책, 어떤날은 아랍에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에 대한 기사들, 경제, 경영, 과학, 기술할 것 없이 다양한 방면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아이디어를 얻는걸 저희 교수님은 강조하셨어요. 세상 처음보는 단어들과 싸워가며 읽고 또 읽고...힘들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4. 해외 업체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은 기억나는 에피소드?

세계적인 잡지회사 Condé Nast에 인터렉티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로 참여했던 일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맥킨토시용 파워포인트라고 일컬어지는 Keynote를 가지고 정말 Flash에서나 나올법한 에니메이션을 작업하는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제 스킬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감이 있었는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앞으로의 디렉션을 정하는데 가슴에 돌이 얹어있는 것처럼 부담스럽고 두려웠어요. 이제껏 일했던 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 퀄리티가 그 기업에서 생각하는 최소한의 디자인이었죠. 퇴근 후 집에서 구글을 뒤져가며 공부를 했지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이건 어떻게 이렇게 디자인 하셨어요?' 물어보는 것이었죠. Condé Nast의 업무를 기점으로 제가 못하는 프레젠테이션 에니메이션은 없는것 같은 괜한 자신감이 붙었답니다.

5. 본인이 활용하는 디자인 아이디어 발상법은?

저는 서핑을 정말 많이해요. 디자인으로 유명한 사이트들만 다니는게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트, 열광하는 포스트를 여기저기 다녀요. 사람들이 웃기다고 하는 것들은 왜 그런지, 감동받은게 있다면 왜 그런지 메모하기도 하고 캡쳐하기도 하고 어떤식으로든 기억을 해놔요. 사람들이 좋아하는게 어떤 것들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감하는것이 제 발상의 기초에요. 다른사람들의 작품이 올려져 있는 사이트들도 많이 본답니다.

한 싸이트를 소개해드리자면 designinspiration.net을 들어가보세요. 그냥 자신이 지금 떠올리는 단어 하나만 검색하면 그와 연관된 각종 디자인물이 보여져요. 영감을 많이 받는 웹사이트중 하나입니다.

6. 현재 뉴욕 그래픽 디자인의 트랜드는?

제가 감히 트렌드가 이거다 저거다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분야, 웹과 모바일 쪽은 Empathy(공감)과 Personalized(개인화)가 이슈에요. 빅 데이터를 이용해서 각기 다른 사용자들에게 각각의 최적화된 프론트 페이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죠. 뉴욕은 지금 모바일 관련 디자이너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UI/UX 디자이너들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7. 뉴욕에 유학할 후배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과 도움이 될 조언은?

뉴욕에서의 삶은 자유로우면서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아요. 한국처럼 좋은게 좋은것, 정에 이끌리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모든것을 결과로 말해야 한답니다. 또한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오는게 좋습니다. 학교를 준비중이라면 졸업후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비자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등 내 커리어에 대해 꼼꼼하고 신중하게 준비를 하고 오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삶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이런 문제로 한국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곤 하죠. 하지만 뉴욕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정말 세계적인 회사들과 일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으니 철저한 준비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