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술대 홍익대가 입시과정에서 실기시험을 폐지하고 창의적 질문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획기적인 입시대책이었다.

필자가 누누히 지적했듯이 미술실기능력이 창의성과 인성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기능이 사람의 인지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컴퓨터가 더 잘 그릴 수도 있는 그림을 사람이 굳이 그려야하는가의 문제는 어제오늘에 제기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디자인교육은 도제식의 구성과 데상 그에 관련한 게쉬탈트문법이 거의 전부였다. 일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스타일링교육 뿐만아니라 인간공학 재료공학 디자인마케팅 디자인경영 등 다양한 주변학문을 접목하면서 학제적 분위기에 의한 교육커리큘럼을 만들어 왔지만 백화점 방식의 나열일 뿐이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되지 못해왔다.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이 입시과정에서 실기시험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다보니 고착화된 이미지중심사고에 내러티브 교육은 씨알조차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전공학생을 데리고 디자인의 인문학적 사회학적인 배경을 교수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려데서 가보면 사물 인물등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들 그림에 편중된 학생들을 데리고 교수는 정작 폭넓은 지식을 전수하려는 자가 아니라 공모전준비위원장쯤으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재학시절에 공모전에 참가하여 기량을 닦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닐 터지만 우리의 경우 공모전도 입시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려야하는 경쟁방식으로 전락하여 아이디어가 좋아도 비주얼이 나쁘면 공모전 마감과 동시에 그 아이디어는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학문을 쌓고 틈틈히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공모전을 위해 학교들어오고 교수의 지도아래 입상만을 노리고 학창생활을 마감하는 현 교육방식은 무언가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기업에서도 디자인전공자를 뽑을때 대부분 그림을 잘그리는 사람, 공모전에 입상한 사람만을 선발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지만 대학이 기능공을 양성하는 훈련소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우리나라 학문이 제대로 되어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그러다 보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 필자도 디자인대학을 나왔지만 제대로 된 교과목 교재 관련서적이 전무하다보니 뜬구름 잡는 식으로 학문을 해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책 한권도 제대로 나온적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이다.

필자가 학교에서 좋은 디자인은 사용설명서를 미리 만들고 그후에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누구하나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사용설명서는 제품이 만들어진 후 적당히 제품에 장식용으로 꾸며진다는 것이 상식인 풍토에서 아무 실체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설명서를 만든다는 것이 가당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디자인은 분명히 '기관없는 신체'가 되어야한다. 기관없는 신체 즉 미리 만들어진 사용설명서가 기관있는 신체 즉 제품개발후 만들어지는 사용설명서를 대체할 것이다. 그것은 인지과학하에서 이미 우리 사용행태에 대한 몸틀이 사양으로 DB화되어있기 때문에 가능 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디자인리서치을 통해 사용자의 환경에  들어가 제품사용의 가능세계를 미리 유추해야하는 전제가 따르기는 한다. 하지만 중국인구 13억 인도인구 6억 아니 전 지구인구 60억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면 그동안의 디자인방법론은 과감히 버려야한다. 다행히 홍대가 이러한 위기를 간파하기라도 한듯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