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디자인현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디자이너들의 작업(결과물)과 대학의 디자인교육, 정부의 디자인정책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할때 아득함이 느껴지는 것은 무었때문일까?

이런 디자인계를 보면서 다시 한번 담론학 특히 인류 기호학에 대한 보급이 하루 빨리   보급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게된다. 

담론의 공간 또는 담론의 세계는 현상학에서 말하는 생활세계는 분명히 아니다.
생활세계는 주체가 객체를 만들어가는 세계라고 하면 담론세계는 주체가 객체에 의해 구성되는 세계이다.  냉장고라는 객체는 디자이너라는 주체가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형과 색, 구조 재료 기술등 얼마든지 독창적이고 아름답고
신기하며 새롭게 만드는데 일정한 기술적 환경적 조건만 갖추면 못만드는 스타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객체가 구성하는 주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슬픈 냉장고의 '슬픈'은 담론의 세계에서 하나의 텍스트로 주어진다. 냉장고라는 객체의 위상공간, 즉 담론의 주체와 대상(상관적 공간), 담론의 개념적 공론(방계적 공간), 물질적 제도적 전략(보조적 공간)이 주체를 결정해주면서 주체는 '이것은 푸르다 그래서 슬프다'는 언표(텍스트)를 발화하게 되는 순간 냉장고는 '슬픈 냉장고'라는 양식을 구성하게 된다.

평생을 사과만 그린 세잔이 말년에 자기가 그린 사과그림 앞에서 '삶은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탄식한 일화는 사과라는 객체가 당시의 세잔이 살던 시대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담론의 공간) 속에서 세잔이라는 주체로 하여금 새로운 양식을 만들게 한 것이 아닌가? 입체파 또는 큐비즘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디자인계는 60년대부터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외국디자인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드세지더니 40년 이상을 잘못된 독트린으로 우리 디자인 수준을 40년이상 후퇴시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지배올로기는 급기야 전통문화재 과거의 유물 유적을 우리의 것인양 무조건 포장하여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어왔다고 자부해 온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디자인계의 일탈행위는 주로 교수들에서 이루어지고 이들에게 배운 학생들이 다시 교수가 되고 악순환을 거듭하여 오늘날의 학생들은 물건과 언어를 구분 못하는  창의력 부재교육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일부 외국 유학파가 선진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와서 후배를 양성하나고 하지만 그들역시 외국어에 대해서는 좀 진전을 이루었을지 몰라도 한국적
디자인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국적 디자인은 전통적 소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정신이어야한다. 당대의 시대정신은 글로벌 시대 지구촌 시대에서 무엇인가? 우리의 언어밖에 더 있을까?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문화요 시대정신이며 우리의 미래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무형자원인 것이다.

우리는 우주공간 해저공간 지하공간등 유형자원에 감싸여 있다. 이들은 전통적 소재 못지않게 디자인 모티브요 한국적 디자인 소스인 것이다. 이러한 자원을
우리의 언어(텍스트, 담론학)로 치환했을 때 우리라는 주체가 비로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주체가 경쟁을 하여야 하지 물건(객체)으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통적 소재만의 객체는 주체가 빠져있다는데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전통소재가 문제 자체가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가자.

언어라는 언급에 대해 디자이너들은 레터링이나 우리 한글을 이야기 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말하는 우리의 언어는 데리다가 '문자학'에서 말하는 문자 또는 텍스트이지 센텐스(문장)수준의 언어가 아님을 다음 시간에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