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출판의 정도를 지향하는 <현암사>
독서는 평생 노력한 필자의 지식을 단숨에 내 것으로 만드는 귀한 행위
그래픽 > [2009-02-13 18:19]

조미현 현암사 신임 대표

안녕하십니까? 주간 <디자인신문> 발행인 이제식입니다. 예전에 디자인 전공의 학생이나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10여년 이상 발행해 오던 오프라인 매체 주간 <디자인신문>을 이번에 국내의 디자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다시 온라인매체(dn1.kr)로 재창간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재창간 기념으로 역사와 전통의 출판사인 <현암사> 조미현 신임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자 합니다.

Q. 우선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예전에 디자인 지식을 나누던 인연의 조대표님을 인터뷰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쁜 마음입니다.
창립 64주년과 부친 조근태 전사장님을 이어 현암사 대표로 취임하신 조미현 사장님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취임 소감과 회사 경영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A. 사장이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선대 사장님이셨던 두 어른과 현암사에 누가 되지 않으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Q. 대표님의 경영철학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A. 세월이 빠르게 변한다 해도 사람에 우선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모든 일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완성됩니다. 저도 현암사에 영업부 직원으로 입사하여 일하는 동안 일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었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 출판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직원과 직원, 직원과 사장, 회사와 필자, 회사와 거래처 사이의 의사소통을 최대한 원활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현암사의 사훈은 “신의와 성실”입니다. 세상이 달라져도 신의와 성실은 늘 가져가야 하는 덕목입니다. 제가 3대 사장이 되었다고 해서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에서 이 덕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Q. 대표로 취임하기 전까지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 주세요.

A. 2009년 1월: 현암사 대표이사
2008년 1월: 현암사 상무이사 겸 은나팔 대표
2006~2007년: 현암사 자회사 은나팔 대표
2005년 1월: 현암사 상무이사
2002~2004년 12월 : 미국 NYU 출판학 석사
2000~2001년: 현암사 영업부 팀장
1998년~1999년: 현암사 영업부 직원
1998년 4월: 현암사 입사
1997년 8월~1998년 2월: 미국유학 (IMF때문에 돌아옴)
1996년 5월: 개인전
1996년 2월: 이화여대 섬유예술과 석사 졸업
1994년 2월: 이화여대 섬유예술과 학사 졸업

Q. 현암사를 소개해 주신다면?

A. (주)현암사는 작고하신 고 현암 조상원 회장님이 1945년에 건국공론사로 창업, 1951년 현암사로 개명하였고, 2002년 법인 (주)현암사로 바뀌어 올해로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법전”이란 제호로 대한민국 법령집을 창간한 이래, 우리 것을 사랑하고 긍지를 갖게 하는 책, 정신적 토양에 거름이 되는 책, 삶의 깊이를 더해 주는 책을 출간하는 데 온 힘을 쏟는, 한마디로 장인정신을 지향하는 출판사입니다.



현암사 전경



현암사 내부 전경과 계단



현암사 북카페

Q. 그동안 현암사에서 출간한 도서중에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소개해 주세요.

A. 베스트셀러: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어령>, <시장과 전장:박경리>, <장길산:황석영>, <어둠의 자식들:이동철>,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
스테디셀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 쉽게 찾는 핸드북 시리즈,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소피의 세계>, <장자>



현암사에서 출간한 <소피의 세계> <6학년1반 구덕천> <그림 자매>

Q. 현암사 자회사인 <은나팔>을 운영하셨는데 어떠한 출판사인가요.

A. 은나팔은 취학 이전의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전문 출판사입니다. 현재 2년 정도 되었고, 그림책이 27종 나왔습니다. 번역 그림책을 주로 출간하다가 작년 7월에 국내 첫 창작 그림책 <하늘로 날아간 물고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그림책을 발굴하고 출간하는 데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은나팔에서 출간한 <하늘로 날아간 물고기>

Q. 현재의 경제상황으로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어렵겠지만 국내 출판시장은 보다 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같습니다. 대표께서는 이러한 어려운 출판여건과 상황속에서 어떠한 불황 타개책이 있으신지요.

A. 출판계는 늘 불황이었습니다. 요새 경제상황이 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좋았을 때에도 출판계는 ‘호황’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원론적인 얘기인 것 같습니다만, 어렵고 혼란스러운 때 일수록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고 비용을 아끼려다가 오히려 더 큰 손해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비를 꼼꼼히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Q. 현재 현암사에서 출간하는 분야 이외에 앞으로 어떤 분야에 더 비중을 두고 출판방향을 설정하실지 궁금합니다

A. 현암사에서 출간하는 분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법전, 법서, 우리 문화, 우리 자연, 환경, 인문, 예술, 고전, 어린이책 등을 꾸준히 출간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이 범위 안에서 인문서와 어린이책이 더 활발히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대표께서 현재 우리사회의 독서문화와 출판계를 진단하신다면.

A. 제가 이제 사장이 되어서 거창하게 진단까지 할 정도는 못 됩니다. 요즘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볼거리들이 많고,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다 보니 사람들이 책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종이를 손으로 느끼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책 보는 행위’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책 한 권을 다 보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책 속에서 얻는 지식은 어떤 다른 매체보다 강렬하고 지속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과거의 출판 경향을 보면 다양성보다는 한두 편의 도서에 광고를 집중하여 베스트셀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그러한 유행적 상업목적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처세술서나 아동물에만 치중하는 기형적 출판행태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출판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독자층의 다양하고 성숙한 판단이 한몫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대표께서 생각하는 독자란 무엇이고 이에 대응하는 출판업의 자세는 무엇인지요.

A. 출판사도 사업입니다. 독자를 생각한다면 독자의 요구를 파악해 세분화되고 다양한 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출판사의 사정이 당장 힘든 것을 생각하면 팔리지 않는 책을 내기보다는 잘 팔리는 분야의 책 출판에 치중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충분한 자료 수집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독자, 출판계, 정부정책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뉴욕시 도서관의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도서관 예산보다 많습니다. 절대비교는 힘듭니다만, 우리나라 책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싼 편이 아닙니다. 어떤 한 사람의 노력의 결실이 단돈 만 원 정도에 내 것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주고 산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평생 노력해 만든 지식을 단숨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장사도 이런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독자들의 책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인 분위기,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말씀하신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영상매체와의 차별화된 전략이나 합종연횡 등 다각적인 방향모색도 해보셨는지요.

A. 현암사의 현재 계획으로는 임프린트를 만든다든지, 다른 분야의 사업 확장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임프린트를 많이 가지고 있는 출판사도 있습니다만 현암사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규모에서 그다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좋은 책, 독자들이 찾는 책, 우리 것을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나이는 점점 많이 먹어가지만 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발맞춰 나가는 출판사, 제 몫을 다하는 출판사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편집자주>임프린트(imprint):출판사 내의 독립된 브랜드로서 이 시스템은 대형 출판사들이 외형 확대를 위해 자사의 편집자를 발탁하거나 타사의 편집자를 스카우트해 별도의 브랜드를 내주고 편집ㆍ기획ㆍ제작ㆍ홍보 등 일체의 운영을 맡기는 방식. 한 출판사의 '자본 우산' 아래 여러 개의 독자적 브랜드를 두는 '사내 분사' 방식이다.

Q. 아직도 출판업하면 종이인쇄물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디지털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출판문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e-북이라든가 모바일 책 같은 경우이겠지요.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A. 시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자책에 대한 출판사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여러 가지 형태의 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습니다만 다양한 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께서는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입장입니다. 디자인신문이라는 매체 특성상 이 질문에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출판사 취업을 희망하는 디자이너들이 참고할만한 현암사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요즈음은 취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암사의 디자이너 취업문은 어느 정도 열려 있습니까?

A. 저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만, 미대를 나와서인지 책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현암사는 현재 디자이너가 둘 있습니다. 두 명의 디자이너가 현암사의 모든 책을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이 많을 때는 외주 디자이너와 일을 하는 편입니다. 제가 인정하는 디자이너는 책을 많이 읽는 디자이너입니다.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마인드라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컴퓨터는 배우면 누구든지 다룰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디자인은 컴퓨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책의 내용과 독자의 성별, 연령, 교육의 정도 등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책 디자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외로 그런 디자이너를 찾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를 만나면 저는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큰 기쁨을 느낍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 그렇겠습니다만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평생을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는 디자이너가 제가 바라는 디자이너 상입니다.

Q. 기타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제가 현암사 사장되었다 하니 거창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제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일을 할 때 스스로를 잘 다스리며 세상사에 임한다면 큰 탈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분수를 지키고 큰 욕심 없이 직원들과 더불어 산다면 더도 덜도 없이 제 몫만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이 원칙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 것입니다.

Q. 종교, 취미, 가족관계를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A.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끔 낚시도 즐깁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남동생, 여동생입니다.

낚시 취미가 있으시다니 흥미롭습니다^^ 소중한 말씀 출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대표취임을 축하드리며 부디 현암사의 무한한 발전을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암사 홈페이지 : http://www.hyeonamsa.com/

 

<취재/인터뷰 : 디자인신문 이제식>

[ 관련 사이트 : http://www.hyeonams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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